//
먼 훗날 누군가 이 시대를 되돌아본다.
기록하기를 미개한 가식의 시기로 짤막히 남겨질까봐.
난 그저 내가.
어리석고 우스꽝스런 가식의 세계에서.
우쭐데며 살다 갔다고.
내가 진심으로.
장난치고 싸고 뱉고 먹고 자던 이 시대가.
결국 그랬다고.
그럴까봐.
의심의 여지 없이 그럴까봐.
모든게 다 부질없는.
시작부터 몰상식한 호작질의 깜깜한 시대로.
꼴에 개화네, 상식이네 흉내내던 시절이라고.
거 참 허무한게.
무의미하게.
난 참 태어난 것부터가 신기한데.
난 이렇게 소중한 하루하루인데.
그렇게 남겨질까봐.
한 줄. 띡.
미개한 가식의 시기. (우쭐거림의 일반화)
//
한때는 내가.
이런 세상에, 이런 발달된, 이런 첨단의, 세상에, 자유의 세상에
태어난 걸 너무나 고맙고 다행이라 여겼지.
그렇게 잘 지냈어.
근데 문득. 어느날.
과연 내가 끔찍하리라 생각했던 그 무참히 여겨지는 역사책 속,
우리, 너와 나의 지금 이 삶을 돋보이게 해주는 그 시대 그들의 삶.
그 개미 목숨같던 그 우습던 그 시절의 그들은 그 시절을 또한
당연히 첨단의 세상이라 당연히 여기며,
그렇게 잘 지내지 않았을까.
그렇게 당연히 그 범주 안에서 그 깜냥으로 잘 살지 않았을까.
그랬을지도 모르겠어. 지금 이 시대의 당연한 너와 나처럼.
궁금해.
지금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그 당연함.
그건 무얼까. 의아하리만큼 당연한 그 무엇이 무얼까.
머엉청하니 따져본다.
//
ASURA.